가을은 내 남자의 향기로 술렁인다 / 정창화 누워라 누워라 휘어진 그리움의 곡선 따라 희끗희끗 고개 숙인 여로(旅路) 가만히 있어도 사각사각 고독은 가볍게 흔들리고 쌕쌕 비명으로 자지러져 가을 바람에 날린다 가을은 갈대로 수런대는 내 남자의 향기로 물들어 들을 건너고 세월의 무상함을 물들이는 떡잎에 추로(秋露)마저 망.. 시인 의 방 2014.10.08
오월 오월 / 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이 불면 허기진 시절을 향해 흔들리는 기억의 수풀 시간은 소멸하지 않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연락이 두절된 이름들도 나는 아직 수첩에서 지울 수 없어라 하늘에는 만성피.. 시인 의 방 2012.05.03
멀리 가는물/ 도종환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 시인 의 방 2010.08.20
정천한해(情天恨海) 정천 한해(情天恨海)/한용운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 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만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 시인 의 방 2010.08.17
귀가(歸家) / 도종환 귀가 /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 시인 의 방 2010.06.28
미당 서정주님의 시한수 귀촉도 (歸蜀道)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 시인 의 방 2009.09.17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아네모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 시인 의 방 2009.04.25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도종환/ 낭송 이혜정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 시인 의 방 2009.03.09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좋다 /이해인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우리가 함께 만나는 카페에서 한잔의 헤즐럿 커피를 마시더라도 서로의 마음이 편하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서로의 마주치는 눈빛속에서 긴 시간 지루한줄 모르고 웃음 날리며 이야기 할수만 있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아픔과.. 시인 의 방 2009.01.07
세월이 가면/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詩 / 박인희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 시인 의 방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