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의 방 29

매화 (梅花)

매화(梅花) / 서정주 님 매화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 춘설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에서 봄사랑을 노래한 서정주님의 시상(詩想)이야말로 정말 알큰하다. 분홍빛 매화보다 봄사랑이 더욱더 더 알큰하다. 미당선생의 시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길어올린 영혼이 담겨있음을 느낄수 있어서 참 좋다 수많..

시인 의 방 2024.02.28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 향한 그리움 (천년 후에도 부르고 싶은 이름/용혜원) 거짓없고 진실한 가슴으로 사랑을 다해 사랑을 위해 살다가 하늘이 내 눈에 빛을 가려 당신을 볼수 없을 때까지 숨이 가빠 이름을 부를수 없을 때까지 사랑하고 그리워할 사람은 오직 당신입니다. 야속한 세월이 박꽃처럼 하얀 그대 얼굴에 검은꽃을 피워도 칠흙같이 검던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아도 그대 사랑하는 내마음은 백합처럼 순수해 아름다운 꽃 한송이 바라보듯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것입니다. 천년세월의 강을 건너야 한다해도 당신을 또 다시 내인연으로 만날수 있다면 지금처럼 가슴 저리게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간절히 부르고픈 이름이 당신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의 방 2023.09.21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이생진(1929년생) 시인의 이 시는 내 몸의 주인인 기억이 하..

시인 의 방 2023.03.07

9월의 기도

9월의 기도/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며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 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 보면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 이가을 누구나 정직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의 주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시인 의 방 2021.09.09

한 송이 수련으로

한 송이 수련으로/이해인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 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빛의 염원 단 하나의 영롱한 기도를 어둠의 심연에서 건져내게 하소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못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시인 의 방 2021.08.07

경주 동궁과 월지(東宮과月池)

연꽃 이였다/ 신석정 그 사람은 물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맑아 ,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위로 굴러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 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없이 그저, 그런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경주의 동궁과 월지 연밭에는 올해도 연화가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연화를 대하면 부끄린 내 삶을 깊게 참회하게 됩니다

시인 의 방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