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든다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뜨겁기만 했던 태양이 한풀 꺾여

피부에 따갑지 않게내리는 거더라

 

앞만 보고 달리던 걸음 멈추고

뒤안길에 놓인 그림자를 더듬어

여문 발걸음이 되게 하더라

 

무거운 어깨에 짐을 더러는 소리 없이

내려놓고 낮아진 기운도 포근히

보듬어 안더라

 

차마 입을 열 수 없던 말도

바른길 앞에 용기가 생기고

때론 봐도 못 본체 

알아도 모른 채 하게 되더라

 

동녘에 해 오름만 보다가

서녘에 해거름도 눈에 들어와

가끔은 겸허히 성찰하게 하더라

 

무위의 세월 앞에 한풀 꺾인 혈기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도 괜찮다며

지혜가 다독여 평온을 주더라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잔영은

외곬으로 치닫던 고집 대신

희로애락 적절히 안아가며

애닯아 할 것도 더러는 놓게 하더라

 

 

- 씨족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