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방

귀먹으니 편하구나

덕전(德田) 2023. 12. 7. 05:19

주왕산의 만추

 

 

귀먹으니 편하구나 / 윤추

 

소인이 성격이 온건치 않고 말이 많아서  

늘 이것을 고치려 했으나  못 고치고 있었는데

귀가 먹은 뒤로는  저절로 말없는 사람이 되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시  두 수를 지어 자신을 스스로 조롱한다.

[작자  :  윤추의 자기반성]

 

 

言寡方知自耳聾 (언과방지자이롱) 

耳聾誠有寡言功 (이롱성유과언공) 

人雖語大吾安聽 (인수어대오안청)

我亦聲微彼不通 (아역성미피불통) 

默默謙謙終日坐 (묵묵겸겸종일좌) 

廖廖寂寂一堂空 (요요적적일당공) 

平生駁雜多尤悔 (평생박잡다우회) 

天奪其聰幸此翁 (천탈기총행차옹) 

  

人皆勸我使治聾 (인개권아사치롱) 

吾曰吾聾亦有功 (오왈오롱역유공)

衆口喧嚆聞亦厭 (중구훤효문역염) 

同心聲氣默猶通 (동심성기묵유통) 

旣難聽語還無語 (기난청어환무어) 

非是逃空却喜空 (비시도공각희공) 

此理方知知者少 (차리방지지자소) 

競相提耳笑愚翁 (경상제이소우옹) 

 

 

내가 말이 왜 줄었지?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귀먹은체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라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말 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라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윤추(尹推, 1632년 - 1707년)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자서(子恕)이고 호는 농은(農隱)  농와(聾窩),

청송재(靑松齋)이며,  본관은 파평(坡平)입니다.

윤추는 74살 때(1705년, 숙종31)에 귀가 먹어  남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노인성 난청 증상인듯)

자신의 성품을 반성하기도 했지만  고령으로 세상사 참견치

않음을  비유적으로  편하다 한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는 1705년에 지은 것으로  그의 문집 농은유고

(農隱遺稿)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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