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방

율곡(栗谷)의 연비어약(鳶飛魚躍)

덕전(德田) 2023. 10. 18. 04:20

 

 율곡(栗谷)의  연비어약(鳶飛魚躍)

 

 鳶 飛 魚 躍 上 下 同  (연 비 어 약 상 하 동)

 這 般 非 色 亦 非 空  (저 반 비 색 역 비 공)

 等 閑 一 笑 看 身 世  (등 한 일 소 간 신 세)

 獨 立 斜 陽 萬 木 中  (독 립 사 양 만 목 중)

 

해의(解義)

솔개 날고 물고기 뛰는 이치 위나 아래나 매 한가지

이는 색(色)도 아니요   또한   공(空)도 아니라네

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홀로 서 있었네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물에서 뛰는 것은 똑 같은 목적이다

먹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는 솔개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마치 여기저기 유람 다니며 유유자적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실은 그도 자신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초조한 마음으로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것이며   

물고기 또한 물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역시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분주히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는 것이다

 

어떤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요 마음을 비운 것도 아니라는

것으로 그저 먹이를 구하고자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청년시절의  율곡 선생은 여기에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선생이 19세 되던 해, 유학(儒學)에 열중하던 손을 놓고

잠시  금강산에 들어가 불도(佛道)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선생의 학문이 깊어질수록 세상 만물의 이치에 더 많은 의문이

생기건만  유학은 이런 의문들을 흔쾌히 풀어주지 못하여

잠깐 외도(外道)를 한 것이라 하는데.......

 

그것은 하늘에서 솔개가 날고 물에서 물고기가 뛰는 둘의 목적이

같은 것처럼  유가(儒家)와 불가(佛家)가 인간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근본 뜻은 같은 것이며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도 깊은 경지에 들면 인간을 제도할수 있는 학문이므로 이에

더욱 정진하는 것이  선생이 갈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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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품거나 싫증을 느낄 때가 있다

변화할 줄 모르고 지나치게 우직스러운 것도 문제이겠지만 너무 쉽게

길을 바꾸어버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청년 율곡의 방황과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이 짤막한 시 한 수는 그가 어떻게

유혹을 짧게 끊고 빠른 시간에 정도로 돌아왔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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