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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조 한수

덕전(德田) 2011. 5. 13. 11:27

 


굽어는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십장홍진(十丈紅塵)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無心)하여라

                                                      작가 :  이 현 보

[解義]

굽어보면 천 길이나 깊고맑은 물이요, 돌아보니 겹겹이 솟은 푸른산이다.

열 길 쌓인 티끌의 속세는 이 깊은 물과 산에 가리어진 듯 멀고

강과 호수에 달이 밝고  자연에 몸을 파묻고 마음이 그 속에 편하니

다른 욕심이야 또 있겠는가.


 

[시어풀이]
1. 천심녹수(千尋綠水) : 심(尋)은 8척의 길이. 천 길이나 될 듯한 매우 깊고 푸른 물
2. 만첩청산(萬疊靑山) : 수없이 많이 겹겹으로  둘러싸인 푸른 산
3. 십장홍진 : 높이 열 길이나 되는 붉은 먼지의 뜻, 곧 속세의 쓸데없는 번민과 허욕
4. 강호(江湖) : 강과 호수. 속세를 꺼리는 사람들이나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는 시골
5. 월백(月白)하거든 : 달이 밝으면
6. 무심(無心) : 세속 물정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뜻하는 말


 

작가 이현보 선생은 조선 중종때의 문신이며 자는 비중   호는 농암이며

남긴작품은 어부사,춘면곡,효빈가, 등이있고 저서는 농암문집이 있다
선생은 벼슬도 여러 해 지내면서 부귀를 누렸으나, 노후 10여 년 동안은 향리에서 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 시조도 물이 맑고 강이 흐르는 자연 속에서 달이 밤을 비추는 시간의 한정(閑情)을 노래한 것이다.

세상을 멀리하고 속세의 잡된 일에 마음을 쓸 필요가 없는 자족의 상태에서 모자람이 없고 애환이 없는 듯 담담한 심정은, 마치 고려자기의 그 빛을 연상할 만큼 청아하여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감회에 사로잡힐 만하다.


고관대작을 지내다가 은퇴하여  낙향 함으로써 

그것은 어찌 보면 사람에 지치고, 믿음에 속았던 과거에 대한 단절이 아니라

마음을 고르고 여유를 한껏 느끼는것 또한 자신의 길이요

어쨌든 말없는 가운데도 무수한 말을  내장(內藏)하고 있는 자연은 무욕(無欲)을

가르쳐 주는 교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시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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