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祈禱)/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하시며 추녀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날에 불렀던 동요을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새해 임인년에는 내 삶의 방식을 이 시 기도처럼 여유를 갖고 살고 싶습니다 언제나 무슨일에나 서두르고 바쁜 일상에서 나를 붙들어 앉히고 천천히 삶을 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