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아버지의 가르침

덕전(德田) 2013. 5. 13. 06:59

저의 아버지는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초등학교에 가고 싶으셨지만 상투를 잘라야 입학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어른들의 반대로 입학하지 못하셨습니다.
보수적인 가풍 때문에 좌절을 맞이하신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셨고 감정 표현이 매우 적으셨습니다.
아들이 중학교 입학 자격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와

외국에서 태어난 손자를 보셨을 때를 제외하면

행복해하시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 형제가 차례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을 때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은모두 서울대라고 아셨기 때문에

그리 대견해 하시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웃을 돕는 일에는 항상 앞장섰습니다.
어머니는 종종 집안일은 소홀하면서 다른 사람 일에는
왜 그리 열심이시냐고 핀잔을 주시기 일쑤였습니다.
언젠가 우리 집 장작은 패지 않으면서
왜 이웃집 장작만 패시냐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결코 작은 이익을 위해 비겁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돈이나 권력 앞에서 체면과 자존심을 잃지 말라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마는
나는 우리 아버지를 최고의 아버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 삶의 등대가 되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부모님 생각이 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참다운 가정교육은 지식보다 방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손봉호 / 전 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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