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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절록(節錄)

덕전(德田) 2013. 4. 16. 11:24

 

                                           [경주 불국사의 왕벚꽃]

 

은총과 이익을 다투는 곳에서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을 행하는 자리에서는
남의 뒤에 서지 말라.
남에게서 받아 누릴 때는
분수 밖의 것을 바라지 말고,
자신을 닦아서 행할 때에는
분수 안으로 한계를 긋지 말라.

마음은 항상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비어 있어야
의리가 그곳에 와서 살 것이고,
마음은 항상 꽉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니
꽉 차 있어야
물욕이 그곳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룬 공을 지키는 것만 못하고,
이미 지나간 허물을 뉘우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잘못을 막는 것만 못하다.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행실을 곧게 해서
남의 미움을 받는 것이 더 낫고,
착한 일을 한 것이 없으면서 남의 기림을 받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고도 남의 헐뜯음을 받는 것이 더 낫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며,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
작은 은혜를 사사로이 베풀어
국가의 큰 본질을 손상시키지도 말며,
공론을 빌려 사사로운 감정을 해결하지도 말라.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모두 이로운 약이 될 것이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생각마다 모두 스스로를 해치는 창칼이 될 것이다.
앞의 것은 모든 선행의 길을 열고,
뒤의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 되니,
이 둘 사이는 하늘과 땅 만큼 큰 거리가 있다.

남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 주어야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용서하지 말라.
자신의 곤욕은 마땅히 참아야 하지만,
남의 곤욕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남에게서 받은 은혜는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한은 얕아도 갚는다.
남의 나쁜 짓을 들으면 확실치 않아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착한 일은 확실해도 의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함의 극단이니
마땅히 절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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