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방

사설시조 한수

덕전(德田) 2011. 3. 16. 19:32

 

 어이 못 오던가 [작자미상] 

  

어찌하여 못 오던가, 무슨 일로 못 오던가?

 

너 오는 길에 무쇠로 성(城)을 쌓고,

성 안에 담을 쌓고, 담 안에 집을 짓고,

집안에 뒤주를 놓고, 뒤주 안에 궤(櫃)를 짜고,

그 안에 너를넣고 필자형(必字形)결박하여,

쌍배목(雙排目), 외걸쇠,

금거북 자물쇠로 꼭꼭 잠가 두었느냐?

 

너 어째서 그리 오지  않았느냐 ?

한 해는 열두 달이요, 한 달도 서른 날인데,

나를 찾아올  하루의 여유가 없드란 말이드냐. 

 


[시어 풀이]

무쇠 성(城) : 무쇠로 된 성(城)

뒤주 : 두지

필자형(必字形) 결박(結縛) :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오랏줄로 꽁꽁 묶음

쌍배목(雙排目) : 겹으로 된 문고리를 걸어 두는 장식

외걸쇠 : 문을 걸어 잠그고 빗장으로 쓰는 ‘ㄱ’자 모양으로 생긴 쇠

 


[해설]

비록 작자는 미상이지만 애절한 연모가(戀慕歌) 입니다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원망조로 노래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연쇄법을 통해서 오지 못하는 까닭을 묻고 있구요.

"네가 오는 길에 무쇠성을 쌓고, 담을 두르고, 집을 짓고, 두지를 놓고,

궤를 짜고, 그 안에 너를 결박하여 넣은 뒤 자물쇠를 채웠느냐? "

왜 그리도 오지 못하느냐’고 묻고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그리운 사람이 오는길을 막는 여러 가지 제약의 표현이라 할 수 있지요.

종장에서는 일 년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중에

단 하루도 시간을 낼 수 없느냐고 책망하고 있으며

보고픈 마음의 간절함이 해학과 과장을 통해서 잘드러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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