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凍土) 군 시절, 한겨울이 되면 혹한기 훈련을 받았습니다. 추위를 견디며 야외에서 숙영하는 훈련인데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음에도 잊을 수 없는 건 추위가 아닌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입니다. 혹한 추위에 얼어붙은 땅은 바위처럼 느껴졌습니다. 텐트 하나를 치는데 반나절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같은 자리가 여름이면 울창한 숲이 된다는 선임의 말은 거짓말처럼 들렸습니다. 언 땅은 쉽게 녹지 않습니다. 땅은 느리게 다가오는 따스함으로 부드러워집니다. 입춘을 지나 경칩이 되면 땅은 호흡하듯 새 생명을 품을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얼어붙은 마음은 풀어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따스함과 기다림, 이 모든 것이 필요합니다. 지루하지만 봄은 반드시 옵니다. 녹아내린 땅처럼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