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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덕전(德田) 2022. 5. 7. 06:16

 

다시 읽는  정읍사

 

달이시여, 높이 더 높이 돋으시어

멀리 더 멀리까지 비추어주옵소서

당신은 지금 어느 저자 거리를 헤매고 계십니까

다른 여인에게 빠져 계신 것은 아니신가요

어느 것이든 다 떨쳐버리고

빨리 저에게로 돌아와 주옵소서

아아, 오늘도 날은 저물어 가는데

저는 어찌하면 좋습니까.

-작자미상-

 

 

악학궤범에 실린 한글로는 백제 최고의 노래이다.

정읍사는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며 부른 노래이다.

정읍사의 배경설화이다.

정읍은 전주에 속한 현인데 그 고을 사람이 행상을 나가

오래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가 산등성이에 올라가 남편이

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남편이 오는 밤길에 해를 당하지 않을까

또 진흙탕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하기를 그녀가 기다리던 산마루에 가면 그녀는

기다리다가 끝내 남편을 만나지 못한 채 망부석이 되었다고 한다.   

아내는 달님에게 간절히 빌고 있다.

남편의 어두운 길을 비추어달라고 간절히 청원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달은 하나의 절대적인 신앙의 대상이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저자거리를 헤매고 있습니까?

도둑을 만나 고생하고 계신 것은 아니십니까?

다른 여인에게 빠져 그런 것은 아니십니까?

 

이제는 남편에 대한 의구심이 절정에 달한다.

어느 것이든 떨쳐버리고 빨리 오라고 애원한다.

날은 저물어가고 여인은 어찌할 수가 없다.

달에 의탁하여 축원할 수 밖에 없다.

달이 더 높이 떠야 더욱 멀리 비출 수 있다.

그래야 남편은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는가.배려는 불안으로

이어지고 불안은 남편을 의심하기에 이르게 된다.

어둡기 전에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가 아내는 결국 망부석이 되고 만다.

1천 3백여년 전의 일이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이어져 왔다 

장에 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시공을 초월한 아내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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