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문제로다
조선 말 때의 일이었다.
시냇가에서 아리따운 처녀가 물을 건너지 못해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침 길을 가던 대선사 경허(1849~1912) 스님과
그를 따르는 젊은 수도승이 그곳을 지나고 있었다.
처녀는 부끄러움을 참아가며 젊은 스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젊은 스님은 처녀에게 정색하여 화를 내며 거절했다.
“불가에서는 여자를 가까이하면 파계라 하여 내쫓김을
당하는데 어찌 젊은 처자께서 그런 요구를 하십니까?”
그러자 경허 스님이 선뜻 등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내 등에 업히시구려.”
경허 스님은 처녀를 등에 업어다 강 건너편에 내려주고는
계속해서 갈 길을 갔다.
그러나 뒤따라가는 젊은 스님의 마음에는 갈수록
온갖 의심이 생겼다.
‘혹시 우리 큰스님이 돌중이 아닐까?’
젊은 스님은 자기 스승인 경허 스님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고 십리 길을 더 갔다.
그러나 더 참지못한 젊은 스님은 경허 스님에게 따지며
대들고 말았다.
“큰스님,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수도하는 큰스님께서 어떻게 젊은 여자를 업을 수 있습니까?”
제자의 화난 목소리를 듣던 경허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에끼 이놈!
나는 벌써 그 처자를 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네놈은 아직도 처자를 업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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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대덕의 열린 처신이 돋보이는 내용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틀에 묶여서 때를 놓치거나
잘못판단하여 일을 그르치는 예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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