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방

구암사 초추(龜岩寺初秋)/만해 한용운

덕전(德田) 2017. 10. 14. 12:54


 

古寺秋來人自空(고사추래인자공)

匏花高發月明中(포화고발월명중)

霜前南峽楓林語(상전남협풍림어)

見三枝數葉紅(재견삼지수엽홍)


해의(解義)

옛 절에 가을 들자 사람들 절로 마음 비우고

박꽃은 높이높이 밝은 달 아래에 피었다

서리 오기 전 남쪽 언덕 단풍의 속삭임은

겨우 서너 가지 두어 잎의 진홍 빛 보이네.




해설

구암사의 첫 가을이라는 시이다.

자연 사물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계절이 가을이다.

다시 말해 온갖 사물이 공의 비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도 이 때면 어딘가 허전하다.

마음이 저절로 비워지는 것이 아닌가.

인자공(人自空) 사람들이 저절로 비운다. 이며

이 저절로(自)의 한 글자의 묘미가 전편의 시의를 북돋고

있는 감이 든다. 박꽃은 저녁의 꽃이다.

줄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 핀다. 빛깔은 순백색이다.

밝은 달밤에 피는 이 흰 꽃, 하늘의 달빛과 땅의 꽃빛이 한데

어울어져 온통 은백색으로 변한 가을의 밤이다.

시제에서도 “초추”이아직 서리 내리기 전임이 분명하다.




만해 한용운(韓龍雲)

만해 한용운은 독립 운동가며 승려인 동시에 민족시인 이다

만해는 충남 홍성 출생으로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1896년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에 들어갔다가

1905년 인제 백담사(百潭寺)에 가서 승려가 되었다.

일본의 강점 기에 일본에 가서 신문명을 시찰했다.

국권이 피탈되자 중국에 가서 독립군 군관학교를 방문,

이를 격려하고 만주·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3년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해 범어사에 들어가 “불교대전(佛敎大典)”을 저술,

대승불교의 반야사상(般若思想)에 입각하여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1916년 서울 계동(桂洞)에서 월간지 “유심(唯心)”을 발간,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후,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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