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앞 황화]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책을 썼습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개인에게는
염치, 합리성, 양심, 동정심, 자존심이 있다고 합니다.
못된 짓을 하려고 하다가도 체면이나 합리성을 따져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면 그런 것이 약해지거나 없어진다고 말합니다.
과거 한국을 지배한 일본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일본사람들 중에는 과거 우리나라를 압제 할 때 옳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 국권을 침탈할 때
양심도, 체면도, 합리성도 없었습니다.
개인의 악한 면들이 공동체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린 것입니다.
이런 집단적인 가해는 현대사회에서 더욱 많아지고 커지고 있습니다.
잘 사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과 경제력을 착취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국민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편하고 즐거우니까 타인의 고통에는 눈을 감아 버립니다.
이기주의가 집단화되면 부끄럼 없이 큰 소리를 냅니다.
고아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환경오염을 염려하기보다 집값을 올리는데 한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집단의 이기주의도 결국 개인의 이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좋은 일을 할 때는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려 하지만 양심에 찔리는 일은
집단의 이름 안에 숨으려 듭니다. 인간의 이중성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누구를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교묘한 위선을 깨닫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됩니다. 도덕적인 가치가 바로 서는 사회는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손봉호 /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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