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틀지 않는 이유
자연보호 운동을 펼치는 젊은이들과 소비자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을 보호하고, 건전한 소비생활을 권장하기 전에 먼저 실천하는 이들이었다.
샴푸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을 사용 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 만명의 신도가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한 신도가 제공하는 고급 승용차를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제일 작은 차를 몰고 다닌다.
실력과 인격으로 학생들에게 존경 받는 어느 교수는 최근에 큰 차를 처분하고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작은 차로 바꿨고, 살고 있던 큰 평수의 아파트가 부담되고 양심에 걸린다고 팔아버린
뒤 작은 평수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대학교 부총장과 큰 병원 원장을 아들로 둔 80대 노부부를 만났다.
목욕한 물로 빨래하고, 그 물로 걸레를 빤 다음에야 버리며, 전기를 아끼기 위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선한 일을 위한 기부에는 꽤나 큰 액수의 금액도 선뜻 내어 놓는 분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감격하고, 감사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면서 자기 권력에만
열을 올리는 정치가들,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면서 조금만 잃어도 정부를 향해 책임지라는
투기꾼들, 자기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면서 거룩한 이론만 내 뱉는 사이비 지식인들과 종교인들,
쓰레기 치우거나 교통규범을 지킬 줄도 모르면서 돈만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숨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실천하고 나라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과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런 분들에게 자극 받아 나도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기 시작했다.
결국 한증막 같은 서재에서 보내야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번이나 에어컨을 틀고 싶은 유혹을 받았으나 소모되는 전기량을
생각하고 끝까지 참아 보았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물자와 에너지를 절약하는 분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한편 에어컨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짜증이 얼마나 큰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러지 않더라도 무수히 많은 공장들이 폐수를 쏟아내고, 유흥업소와 대형 건물들이 엄청나게
전기를 낭비하고 있는데 내 절약 생활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은 여전히 큰 차를 몰고 냉방이 잘 되는
큰 집에서 편하게 살면서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사회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면 더더욱
동의 할 수 없다.
정부 정책도 바뀌고 공장이나 기업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 바라보고 개인의 절제를 강조하지
않는 것은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구조가 바뀌면 사회는 저절로 좋아지고, 개인의 의식도 자동적으로 변하는 줄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종종 개인의 무책임과 비도덕을정당화 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모두 사회 구조의 잘못이니까!"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런 생각은 하루 빨리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책임이 중요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악은 강한 전염성이 있지만,
몇 사람의 책임 있는 자기 희생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여름에도 뜻있는 사람들의 책임 의식때문에 절약한 돈이 수 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낭비한 돈에 비하면 적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책임있는 개인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쓰면 쓸수록 우리 후손과 다른 사람들이 쓸 것이
줄어든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소비는 직, 간접적으로 공해를 일으킨다.
쓸 돈이 얼마나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절약은 도덕적이며 미래의 사랑하는 우리 후손들을
위한 희생이다. 그리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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