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방

애련(哀戀)의 고시일수

덕전(德田) 2012. 3. 22. 14:23

 

 

                                        [홍 도 화]

몽 혼 ( 夢 魂 )    이옥봉(李玉峰)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근래의 안부를 묻노니 어떠 하신지요

달이 사창에 이르면 저의 한스러움 많기도 하지요

만약 꿈속의 혼백으로 하여금 자취있어 걷게 했다면

그대 문앞 돌길은 반쯤 모래가 되었을 테지요

 


安否(안부) : 편안함의 여부를 묻는 인사  

窓(사창) : 얇은 비단으로  바른 창문  

若使(약사) : 만약 ∼하여금 ∼하게 한다면  

夢魂(몽혼) : 꿈 속의 혼백

 


[작품감상]

이 작품은 안서 김억(岸曙 金億)이 엮은 한시역집(漢詩譯集)에

수록되어 있는 이옥봉(李玉峰)의 작품이다.

누가 그리움에 사무쳐 흘리는 눈물을 옥구슬이라고 하였던가.

남여간 정한의 마음을 간절한 그리움으로 풀어낸 옥봉의

마음이 담긴 이 시를 읽으면 마음가득 절절한 여운이 남는다. 

조선시대 사랑의 정한을 노래한 이 시에서 옥봉은 안부도 직접

묻지 못하고 시로써 마음 삭이는 서글픔과 간절한 그리움이

담긴 시어로 빚어내고 있다.

그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꿈 속의 혼백마져 그리운

님의 문앞을 서성이면서 발자국을 남겼을까.

그리운 사람의 집앞을 서성거려 그 집앞의 돌길이 모래가 되었을

정도라는 표현에서 옥봉의 섬세한 시어의 조탁(彫琢)능력을 가늠할수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 무심한 사람의 대문앞에서 맴돌다

돌길이 모래가 되었다는 구절에서 시가 아니고서는 나타낼 수 없는

정감을 뛰어난 시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옥봉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그녀의 간절한 그리움은 이 시에서 옥이 되어 빛나는 듯하다.

 


이옥봉 (李玉峰)

옥봉의 이름은 원이며, 그녀의 호가 옥봉이기에 흔히 이옥봉이라 부른다.

옥봉은 조선 선조대왕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후손으로,

충북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서녀였다.

비록 서녀였지만 왕손으로서 그녀의 집안은 반듯했고 지위도 높았다.

그녀는 출가했으나 일찍 남편을 여의였기 때문에 수절하면서 고독을 달랬다.

그녀는 다행히 시문에 능했기 때문에 시를 짓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

우연히 승지벼슬까지 하게 되는 조원에게 그녀의 시가 알려졌고,

조원은 시를 통해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된다.

그녀는 비록 사랑하는 남편을 일찍 보냈지만 가슴에 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시가 바로 「夢魂」이다.

옥봉은 바로 한국여인의 사랑과 소망을 읊은 로맨티스트이자 여류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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