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쉴새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날
부인과 사별하고 산방(山房) 에 독거하는 노시인을 찾았다 .
은빛으로 변해가는 머리카락이 멋스럽다 했드니
그것이 삶의 훈장이라 했다 .
손수 끓인 차한잔을 앞에놓고 산방한담(山房閑談)을 나눴지요 .
70대 중반의 노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시는 영혼의 음악이고 , 압축된 언어로 만사(萬事)를 말하며,
간결한 향기로 표현하는 몸짖이며 ,
때로는 끝없이 자기를 달래고 위로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
오랜 시간을 비단결 같은 마음을 주고받고
삶을 교감하던 우리가 따듯한 차한잔의 만남이
비가 오면 어떻고....꽃이 지면 어떻하냐고 .......
오랜세월 교직(敎職)에 몸담았던 그분은
긴 산방 생활이 불편하지 않느냐 했드니
바람이 구름을 데려 오고
무수히 피어오르는 땅꽃 하며
바위 틈을 흐르는 옹달샘 이 정겹고
밤이면 별들이 찾아오고 달빛이 찾아오고
이름모를 풀벌래의 합창을 원없이 듣고사는데 불편이 왜 있으며
그리고 잊었던 옛친구들이 하나둘 찾아 올라치면
온종일 혼자지킨 서재에 등불을 밝히고
긴 담소의 삼매경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것인지를 아느냐고 ?
시든 꽃에도 향기가 있다고 했는데 늙으막의 친구는 더없이 소중한거라고 ....
노 시인의 멋진삶을 보고 돌아오는길
비록 우리들이 깊이없는 생각에 당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당신만은 학처럼 고고한 삶을 추구하는 멋스러움을 견지 하고
때묻지않은 생을 마무리 할수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지요.
오늘 텅빈 나의 영혼에 가득하게 담아주신 산방정담(山房情談)
후일 당신이 빈자리가 되어도 한아름햇살로 가슴에 가득하리라 믿으면서
뒤 돌아보니 황토빛 한복차림의 그는 오래도록 배웅의 손을 흔들고 있었다
2009년 7월 24일 의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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