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팝나무꽃]
어머님 떠나시든 그해 봄에도 이팝꽃은 이렇게 피였었지요.
벚꽃잎이 하얗게 눈처럼 내리고나면 어김없이 ......
올망 졸망 육남매 어린자식들
저꽃같이 하얀 이밥 배불리 먹게하지 못해서
애타 하시던 나의 어머님 !
"엄마는 먹었으니 너희나 많이먹고 얼른얼른 커야제"
부엌으로 들어가셔서 찬물 마시든 모습을 저는 알지요 .
이팝꽃 같은 하얀이밥에 한이 맺히신 나의 어머님은
이제는 멀어서 다시올수 없는길 떠나셔서 뵈올수가 없답니다 .
봄꽃이 지천으로 가득한데도
하필이면 저 이팝꽃나무 아래에 머무시면서
굶주리든 시절의 얘기를 하셨습니다 .
" 그때는 어찌 그렇게도 먹을것이 부족했는지
이제는 참 좋은 세상을 살고있는 것이야......... "
마흔일곱 젊은 연세에 아버님 떠나시고
홀로사신 그세월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을지
못나서 우둔한 이 자식놈은 하릴없이 이제야 그 생각을 합니다 .
어머님 기제일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
올망졸망하던 그 자식들 이제는 제자리 잡아서 다들 살만 해 졌는데......
조금만 더 몇년만 더 저희곁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아직도 이팝꽃피는 이맘때가 되면 심한 몸살을 앓는듯
뵐수없는 어머님이 자꾸만 그립습니다 .
세모시 눈같이 하얀적삼 검은치마 단정히 입으시고
곱게빗은 쪽머리 단아한 모습으로 이팝꽃 나무아래
벤취에 앉으셔서 어설픈 아들 염려하여 당부하시든 말씀....
"집안의 주손은 언제나 책임을 다해야 하는게야 "
담담하게 일러주시든 그말씀이 귓가에 맴을 돕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그립고 보고싶을까요?
아마도 제 정신이 맑아있는 동안은 늘 그렇겠지요 .
2009년 4월 8일 의암 이 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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