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방

이팝나무 꽃이 필때면 ......

덕전(德田) 2009. 4. 8. 10:28

 

 

                                                                                              [ 이팝나무꽃] 

 

어머님 떠나시든 그해 봄에도 이팝꽃은 이렇게 피였었지요.

벚꽃잎이 하얗게 눈처럼 내리고나면  어김없이 ......

 

올망 졸망 육남매 어린자식들

저꽃같이 하얀 이밥  배불리 먹게하지 못해서

애타 하시던 나의 어머님 !

 

"엄마는  먹었으니  너희나 많이먹고  얼른얼른 커야제"

 

부엌으로 들어가셔서 찬물 마시든 모습을 저는 알지요 .

이팝꽃 같은 하얀이밥에 한이 맺히신 나의 어머님은

이제는  멀어서 다시올수 없는길 떠나셔서 뵈올수가 없답니다 .

 

봄꽃이 지천으로 가득한데도

하필이면 저 이팝꽃나무 아래에  머무시면서

굶주리든 시절의  얘기를 하셨습니다 .

 

" 그때는 어찌 그렇게도 먹을것이 부족했는지

  이제는 참 좋은 세상을 살고있는 것이야......... "

  

마흔일곱 젊은 연세에  아버님 떠나시고

홀로사신 그세월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을지

못나서 우둔한 이 자식놈은 하릴없이  이제야 그 생각을 합니다 .

 

어머님 기제일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

올망졸망하던  그 자식들  이제는 제자리 잡아서 다들 살만 해 졌는데......

조금만 더   몇년만 더   저희곁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아직도 이팝꽃피는 이맘때가 되면 심한 몸살을 앓는듯

뵐수없는 어머님이 자꾸만 그립습니다 .

 

세모시 눈같이 하얀적삼  검은치마 단정히 입으시고

곱게빗은 쪽머리 단아한 모습으로 이팝꽃 나무아래

벤취에 앉으셔서 어설픈 아들 염려하여 당부하시든 말씀....

 

"집안의 주손은 언제나 책임을 다해야 하는게야 "

 

담담하게 일러주시든 그말씀이 귓가에 맴을 돕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그립고 보고싶을까요?

 

아마도 제 정신이 맑아있는 동안은 늘 그렇겠지요 .

 

 

 

                             2009년 4월 8일   의암     이    상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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