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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 일배 (濁酒 一杯)

덕전(德田) 2023. 5. 13. 06:05

 

 

 

탁주 일배 (濁酒 一杯)


死後千秋萬歲之名  (사후천추만세지명)

不如生時獨酒一杯  (불여생시탁주일배)
"죽은 후 천추만세까지 이름이 전해지는 것이

살아 생전에 탁주 한잔만 못하다." 는 뜻입니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李奎報)선생께서 그의 아들과

조카에게  준 시자질(示子姪)이란 시를 보면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그려져 있습니다.

죽은 후 자손들이 철따라 무덤을 찾아와 절을 한들

죽은 자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세월이 흘러 백여 년이 지나 가묘,사당(家廟,祠堂)에서도

멀어지면   어느 후손이 찾아와 성묘하고 돌볼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찾아오는 후손 하나 없고 무덤이 황폐화되어 초목이 무성하니 

산 짐승들의 놀이터가 되어 곰이 와서 울고 무덤 뒤에는

승냥이가 울부짖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고 했지요.

산에는 고금의 무덤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넋이 있는지,

없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탄식하여 사후(死後)세계를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자식들에게 바라는 소망을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靜坐自思量(정좌자사양)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 보니

不若生前一杯儒(불약생전일배유)
살아 생전 한 잔 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

我口爲向子姪道(아구위향자질도)
내가 아들과 조카들에게 말하노니

吾老何嘗흔汝久(오노하상흔여구)
이 늙은이가 너회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

不必繫鮮爲(불필계선위)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

但可動置酒(단가근치주)
술상이나 부지런히 자주 차려다주렴

아!
요즘 세상에
어느 자식이 이 소망을 들어 줄 것인가?

사후(死後)의   큰효(孝)보다
생시(生時)의 효가 진정한 효(孝) 이 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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