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방

춘야희우(春夜喜雨)/두보(杜甫)

덕전(德田) 2016. 5. 20. 00:09

                                                  [이인문, (산촌우여도), 간송미술관 소장]


              춘야희우(春夜喜雨)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좋은 비 시절을 알아

當春及發生 (당춘급발생)        봄을 맞아 모든 것을 피워내고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바람 따라 살며시 밤에 들어와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만물을 적시나 가늘어 소리가 없네

野徑雲倶黒 (야경운구흑)      들길은 구름과 함께 어두운데

江船火獨明 (강선화독명)      강가 배에는 등불 홀로 밝구료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새벽에 붉게 물든 곳을 바라보니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금관성 꽃송이 이슬 머금고 고개 숙였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봄비는 모든 사물을 깨워내면서 싱그러움을 불어 넣는다.

방랑시인 두보가 성도에 있는 금관성에 머물면서 평화로이 지내던 시절에도 때맞추어 내리는 봄비.

그는 이 비를 보고 갑자기 감흥이 일어난다.

봄날 밤 소리없이 보슬보슬 내리면서 대지를 적신 봄비는 시인의 가슴에도 촉촉이 내린다.

들길은 구름과 더불어 어두운데 강가에 매어둔 뱃전에 걸린 등불만 멀리서도 선명히 보인다.

3.4구와 5.6구가 두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절창이다.

밤이 지나 동이 터오는 붉은 안개 사이로 꽃송이들이 물기를 머금고 고개 숙이고 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어느 봄날의 평화롭고 정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두보(杜甫, 712~770)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자가 자미(子美), 호가 소릉(少陵).

이백(李白)과 병칭하여 이두(李杜)라고 불리며, 중국의 최고 시인으로 시성(詩聖)으로 일컫는다.

후세에 그의 시는 시로 표현된 역사라는 뜻으로 ‘시사(詩史)’라 불리기도 했다.

소년 시절부터 시에 빼어났으나 과거급제를 못하여 방랑하면서 이백 · 고적(高適) 등을 만났다.

근체시의 모범이 되는 율시(律詩)와 당시의 시대적 아픔을 담은 1,5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조선시대 그의 시를 공부하기 위해 두시언해가 발간되기도 하였다.



삼도헌의 한시산책 403(2016.5.19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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