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의 방

가을은 내 남자의 향기로 술렁인다 / 정창화

덕전(德田) 2014. 10. 8. 22:52

 

누워라 누워라
휘어진 그리움의 곡선 따라
희끗희끗 고개 숙인 여로(旅路)
가만히 있어도
사각사각 고독은 가볍게 흔들리고
쌕쌕 비명으로 자지러져
가을 바람에 날린다

가을은
갈대로 수런대는
내 남자의 향기로 물들어
들을 건너고
세월의 무상함을 물들이는
떡잎에 추로(秋露)마저
망막을 마비시킨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
가을로 불타는 당신 곁에서
하늘 위에도
땅 위에도
바다 위에도
바람의 길을 내어 흘림체로 써 내린
가을 사랑
곱게 물드는 나뭇잎마다
내 안에 차고도 넘치는 당신은
한 폭 수채화로 걸린다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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