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모음방

동정추월

덕전(德田) 2013. 10. 2. 09:47

 

 

 

 

 

 

 

                                                     겸재 정선의 동정추월도

 

 

 

  

 

 

동정호의 가을달(洞庭秋月)

                         익재 이제현

  

更月彩澄銀漢  (삼경월채징은한)

萬頃秋光泛素濤  (만경추광범소도)

湖上誰家吹鐵笛  (호상수가취철적)

碧天無際雁行高  (벽천무제안항고) 

 

 

삼경에 달 밝고 은하수 맑은데

만 이랑의 가을빛이 흰 물결에 떠 있구나

호숫가 뉘집에서 쇠젓대 부는고

푸른 하늘 끝없는데 기러기떼 높이 나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예로부터 경치가 빼어난 여덟 곳을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란 이름으로

 즐겨 그렸다. 배경이 된 소수(瀟水)와 상수(湘水)는 호남성 동정호(洞庭湖)

 의  남쪽 영릉(零陵) 부근으로 중국에서 절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러한 그림은 중국에서는 북송(北宋)의 송적(宋迪)에 의하여 처음으로

 여덟 폭의 그림으로 그려졌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전해졌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소상팔경도는 크게 유행했다.

 

소상팔경도의 여덟 풍경은 대체로 화첩과 병풍에 그려졌는데 그 순서는

일정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①산시청람(山市晴嵐)

②연사모종(煙寺暮鐘) 또는 원사만종(遠寺晩鐘),

③원포귀범(遠浦歸

④어촌석조(漁村夕照 또는 漁村落照),

⑤소상야우(瀟湘夜雨)동정추월(洞庭秋月),

⑦평사낙안(平沙落雁),

⑧강천모설(江天暮雪)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에 나오는 동정추월은 하늘의 '가을달'과 땅의 '동정호(洞庭湖)'의

이미지를 담아낸 것이다. 이는 하늘로 대변되는 양(陽)의 세계와

땅으로 대변되는 음(陰)의 세계로 구분되는 것으로 음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경물(景物)의 기본 형상에 해당한다

 

기구에서는

동정호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가을달, 즉 '추월(秋月)'하늘의 느낌을 그렸고,

승구에서는

흰물결에 일렁이는 동정호의 정경을 드러내고 있다.

전구에서는

호숫가 어디에선가 들리는 쇠젓대 소리로  각성을 높혔으며,

결구에서는

기러기떼로 시각적 운치를 아련하게 전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동정호와 추월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경이롭고 다채로운 경치를 시청각의 공감각이

긴 한 폭의 그림으로 음미하게 된다.

가을밤 호수를 바라보는 시적화자의 시상과 주변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는 그리하여 읽은 뒤에도 잔상이 맴돈다.

 

 

익재 이제현(1287~1367)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익재(益齋)·역옹(翁)·실재(實齋).

1301년(충렬왕 27)  성균시에 장원하고 이어 문과에 급제했다.

1314년 원나라에 가서 조맹부의 글씨와 고전 등을 연구하여

문장과 서예에 빼어났다. 충선왕이 모함으로 유배되자

원나라에 그 부당함을 밝혀 1323년 풀려나게 했다.

1343년 원나라 사신이 왕을 잡아가자 사면을 요청했다.

1356년 문하시중에 올랐다. 그는 고려조 여섯 왕을 섬기면서 네 차례나

재상에 오른 정치인이기도 했다. 목은 이색(1328~1396)이 쓴 그의

묘지명에서도 “도덕의 으뜸이요 문장의 조종”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대의 명문장가로 정주학의 기초를 확립하였고,

조맹부의 송설체를 도입하여 유행시켰다. 무엇보다 송설체의 명가로서

주옥같은 서예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경주안강의 구강서원(龜岡書院)과

금천(金川)의 도산서원에 제향되었다. 저서에 (효행록(孝行錄)

(익재집(益齋集) (역옹패설(翁稗說) (익재난고(益齋亂藁)》 등이 있다.

 

 

선생께서는 오문(吾門) 의 익재공파 파조(派祖) 이심에  선대의 업적이

자랑스럽고 경모지심(敬慕之心)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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