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벽루연회도(浮碧樓宴會圖), 김홍도 작으로 추정, 종이에 채색, 71.2×196.6㎝,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둑에 풀빛이 진한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로 임 보내니 노랫가락 구슬퍼라.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를까,
別淚年年添綠派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푸른 물결위에 이별눈물 더하네.
草色多 : 풀빛이 짙거나 선명함. '다(多)'는 짙음, 푸르름, 선명하다는 뜻.
送君 : 친구를 보냄. 南浦 : 대동강 하구에 있는 진남포.
動悲歌 : 슬픈 이별의 노래가 울림.
別淚 : 이별의 눈물. 添綠波 : 푸른 물결에 보태어 줌.
정지상의 <송인(送人)>은 『동문선(東文選)』 등에 실려 전하는
우리나라 한시 중 송별시(送別詩)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이 시는 이별을 제재로 한 한시의 걸작이며, 중국 왕유의 시
<송원이사안서>와 함께 이별시의 압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구(起句)에서는 비내린 뒤 강변정경을 그리고 있다.
비극적 정서를 자아냈던 비도 그치고 강 언덕 긴 둑에
한결 짙어진 풀빛은 지속될 한의 길이를 상징하고 있다.
승구(承句)의 슬픈 노래는 이 시의 주제이기도 하고, 효과음이기도 한데,
강나루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뱃노래의 구슬픈 가락은
심금에 와 부딪히는 울림이라고 읊조린다.
전구(轉句)에서는 이별과 상관없이 유유히 흘러가기만 하는 푸른 강물에 대한
애꿎은 원망을 표현하며, 이 시를 대표할만한 별루(別淚)라는 시어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결구(結句)에서는 해마다 강물을 바라보면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할 사람이
있어서 강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뛰어난 시어로 마감하고 있다.
이 시는 한시를 짓는 소객(騷客) 가운데 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시는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정자에 걸려 있는데,
이 부벽루에는 고려, 조선 시대의 숱한 시인들이
여기에 올라 대동강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신이 올 때는
반드시 평양에 들렸고, 평양에서 꼭 찾는 명소가 부벽루였는데
거기에 걸린 이 시를 보면서 모두 신품(神品)으로 극찬하였다고 전한다.
서예작품에서도 자주 보이는 유명한 시이다.
정지상 (鄭知常, ?~1135)
고려시대 (1114년,예종 9) 문신으로 시문(詩文)에 뛰어나
고려 12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혔으며 역학(易學)·불전(佛典)·
노장철학(老莊哲學)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림·글씨에도 능했으며 저서로는 《정사간집(鄭司諫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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