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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사(梅花詞)

덕전(德田) 2012. 2. 21. 23:34


 

매화사(梅花詞)


매영(梅影)이 부드친 창(窓)예 옥인금차(玉人金叉)비겨신져
이삼백발옹(二三白髮翁)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盞)드러 권(權)하랄 제 달이 또한 오르더라

어리고 셩근 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녓더니
눈 기약(期約)능(能)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헐 졔 암향(暗香)좃차 부동(浮動)터라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香氣) 노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期約)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네 과연(果然)퓌엿고나
황혼(黃昏)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긔거다
청향(淸香)이 잔(盞)에 떳스니 취(醉)코 놀녀 허노라

황혼의 돗는 달이 너와 긔약(期約) 두엇더냐
합리(閤裏)에 자든 꼿치 향긔(香氣) 노아 맛는고야
내 엇디 매월(梅月)이 벗되는 줄 몰낫던고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모라 산창(山窓)에 부딋치니
챤 기운(氣運) 새여드러 쟈는 매화(梅花)를 침노(侵擄)허니
아무리 어루려허인들 봄 뜻이야 아슬소냐

져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속에 검어 웃뚝 울통불통 광매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柯枝) 돗쳐 곳조차 져리 퓌엿는다
아모리 석은 배 반(半)만 남앗실만졍 봄 뜻즐 어이 하리오

동각(東閣)에 숨은 꼿치 척촉 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건곤(乾坤)이 눈이여늘 제 엇디 감(敢)히 퓌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은 매화(梅花)밧게 뉘 이시라




[말뜻 풀이]


매영(梅影)-매화꽃의 그림자.
옥인금차(玉人金叉)-아름다운 여인의 금비녀.
이삼 백발옹(二三白髮翁)-두세 명의 늙은이.
눈 기약-눈짓으로 한 기약.
암향(暗香)-그윽히 풍겨 오는 향기.
황혼월(黃昏月)-저녁 달.
아치고절(雅致高節)-고상한 풍치와 높은 절개.
어무려허인들-얼리려 한들.
척촉(躑躅)-철쭉꽃. 오월에 피는 분홍색의 꽃.
백설양춘(白雪陽春)-아직 흰 눈이 덮인 이른 봄.

 

[작품 해설]

이 연시조(聯時調)는 매화사(梅花詞) 또는 영매가(咏梅歌)로 불리는데

가객(歌客) 안민영이 55세 때 지은 것으로 모두 8수로 되어 있다.

지은이가 1870년(고종 7년) 그의 스승 박효관의

운애산방(運崖山房)에서 기녀와 더불어 놀 때,

마침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피어 향기가 방 안을 진동하므로

이에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제2수를 보면 어리고 성긴 매화 가지에 난 눈(싹)이

약속대로 자라 꽃을 피운 것이 사랑스러워 촛불을 잡고 가까이하자

은은한 향기로 반가워해 주었다는 것이다.

매화에 대한 노래는 수없이 많지만, 이 작품만큼 그 속성이

잘 그려져 매화에 대한 애정이 뜨겁게 나타난 작품도 드물 것이다.

건장한 나무들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찬바람에 움츠리고 있는데,

어리고 미덥지 않은 약한 가지가 봄의 선구자로서 꽃을 피운 것이 반가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기약 없던 임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준 것과 같다고 할까?

어둠이 깃들자 촛불을 켜 들고 꽃 옆에서 암향에 취해

눈감고서 있는 작자의 도취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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