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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 선생의 시문 중에서

덕전(德田) 2009. 9. 10. 10:56

 




逐鹿而不見山。攫金而不見人。
축록이불견산。확금이불견인。
 
           
사슴을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잡느라 사람을 보지 못한다.



권겸(權廉)이란 사람이 도성 남쪽의 연못가에 정자를 짓고
운금루(雲錦樓)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 선생이
초청을 받아 가서 보니 아름답긴 아름다우나,
그곳은 민가가 즐비하고 왕래하는 자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어서,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민가의
연기 피어오르는 모습,
길가는 사람들의 달리는 모습,
쉬는 모습, 돌아보는 모습, 서로 부르는 모습,
친구를 만나 서서 말하는 모습,
촌장을 만나 달려가 절하는 모습
등이 한눈에 다 들어왔답니다.
그러나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연못만 보이지
그 뒤에 정자가 있는 것까지는 보지를 못했지요.

여기서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다 보이는데
도대체 세상 사람들은 왜 이곳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사슴을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잡느라 사람을 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쾌한 진단을 내립니다.
 
‘마음이 한 곳으로 쏠리면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는 법,
명예를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을 저자에서 다투다 보니,
비록 좋은 경치가 바로 옆에 있어도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문 것’이라고.
다들 살아가는 기준이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다르기에 행,불행의 차이가
제각각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구요...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고려말 문신, 대 학자로 동문선에많은 시문이있고  저서로는 〈운금루기(雲錦樓記)〉,<익재난고(益齋亂藁>
<역옹패설(轢翁稗說)>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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