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을 맞이하면서덥다고 너무 덥다고 저리 가라고 밀어 보내지 않아도 머물고 떠날 때를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잠깐 머물다 금새 떠날 것을 알면서도호들갑을 떨며 아우성을 치던 우리들은 언제 그랬냐고 정색을 하며 가을을 반기겠지짧디 짧을 가을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그림자처럼 사라질 것을 모르지도 않으면서마치 가을이 영원히 있어줄 것처럼 칭찬 하다가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고 어느샌가 입김 호호 불면서 또다시 추위를 나무라며 문지방 너머 목 길게 빼고 봄이 오기를 마냥 기다릴 거다.그러면서 나이만 먹는다고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투덜거려도 보고용기없어 하지 못했던 것에 미련도 되씹어 보며커다란 나이테 하나를 또 끙끙 둘러 메고 앉아문밖 건너 진달래 붉은 향기 가슴에 밀려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