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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漁夫詞)

덕전(德田) 2021. 6. 26. 11:17

 

 

 

(연시조)어부사 / 이현보

 

 

제1수

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 놓고

인세(人世)를 다 잊었거니   날 가는 줄을 알까.

 

이러한 가운데(사람의 생활 중에서) 근심이 없는 것은 어부의 삶이로다.

조각배를 넓은 바다에 띄워 두고서

인간 세상을 모두 잊었으니 날이 가는 줄을 알겠는가?

 

 

제2수

굽어는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일장 홍진(一丈紅塵)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아래를 굽어 보니 깊고 푸른 물이요, 돌아보니 겹겹이 둘러 싼 푸른 산이로구나.

열 길이나 되는 붉은 먼지(어지러운 세상사)로 얼마나 가려져 있는가?

강촌에 달이 밝게 비추니 마음에 아무 근심이 없구나.

 

 

제3수

청하(淸荷)에 밥을 싸고 녹류(綠柳)에 고기 꿰어

노적 화총(蘆荻花叢)에   배 매어 두고

일반 청의미(淸意味)를 어느 분이 알꼬.

 

푸른 연잎에다 밥을 싸고 푸른 버들가지에 잡은 물고기를 꿰어,

갈대꽃이 우거진 떨기에 배를 매어두니,

이런 일반적인 맑은 재미를 어느 사람이 알 것인가.

 

 

제4수

산머리 한운(閑雲)이 일고 수중(水中)에 백구(白鷗)가 나네.

무심코 다정하니  이 두 것이로다.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산머리에는 한가로운 구름이 일고 물 위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네.

아무런 사심없이 다정한 것으로는 이 두 가지뿐이로다.

한평생의 근심 걱정을 잊어 버리고 너희들과 더불어 놀리라.

 

 

제5수

장안(長安)을 돌아보니 북궐(北闕)이 천 리로다

어주(漁舟)에 누웠든들  잊은 때가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濟世賢)이 없으랴.

 

서울 쪽을 향해 돌아보니 궁궐이 여기서 천 리 밖에 있구나.

고깃배에 누워 있어도 나라 일을 잊을 틈이 있겠는가?

두어라 내가 근심하지 않아도 세상을 구제할 현인이 없겠느냐

 

 

 

청하 : 푸른 연잎

녹류 : 파란 버들가지

노적 화총 : 갈때꽃 덤불

장안 : 서울

북궐 : 대궐

제세현 : 세상을 구할 현인

 

 

이현보 선생은  본관은 영천(永川). 자는 비중(菲仲), 호는 농암(聾巖)·설빈옹(雪鬢翁).

예안 출신  조선 중기의 문신(1467~1555)이다. 벼슬은 지중추부사에 이르렀으며,

만년에 고향으로 은퇴하여 시가를 읊조리며 생활하였다. 작품에 <어부사(漁夫詞)>,

춘면곡, 효빈가, 저서에 농암집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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