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한종환 화백 작 )
봄을맞는 마음
옆집 할머니의 봄맞이는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파트 앞 빈터를 이용해서 금년에도 무언가 파종을 하셨습니다.
두어 평 됨직한 땅을 반은 평평하게 갈아 씨를 뿌리고
반은 둔덕을 만들어 비닐로 덮었습니다.
아침마다 그곳을 지나면서 무엇이 나오고 있나 사알짝 들여다봅니다.
지난해에는 탐스러운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들깨, 가지, 배추, 무 등이 자라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 아침, 촉촉하게 젖어있는 흙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납니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하고
앙증맞고 여린 싹들이 다투어 올라올 것입니다.
할머니에게는 거두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나는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 됩니다.
봄을 깨우는 할머니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내 마음에도 작은 희망의 싹을 틔웠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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