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 날이 선선하면 앞집의 모녀가 마당에 나와 계십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딸의 대화는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 때문에 귀에 쏙쏙 들어와 꽂힙니다. 대화의 80%는 모녀간의 다툼입니다. 밥을 달라는 할머니와 방금 드시지 않았느냐는 딸의 다툼은 너만 맛있는 거 먹고 왔냐는 할머니의 의심에 그러지 않았다는 해명으로 이어집니다. 남의 집 고추를 따야 한다는 할머니를 만류하는 딸의 목소리에는 간병인의 고단한 일상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딸은 대화의 내용을 빠르게 바꾸어 냅니다. “엄마, 나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사준 가방 기억나?” “그럼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몇 달을 모아서 산 거야.” 조금 전 일도 기억 못 하시는 할머니께서 수십 년 전 일을 기억하십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딸과 달콤한 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