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조 (꽃, 달, 미인) 어느날 안민영이 평양 모란봉에 올라 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기생 혜란과 소홍이 꽃을 밟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낙화방초로(洛花芳草路)의 깁 치마를 끄럿시니 풍전(風前)에 나난 꼿치 옥협(玉頰)에 부듯친다 앗갑다 쓸어올지연정 밥든 마라 하노라 꽃잎이 떨어지는 싱그러운 풀, 무성한 길가. 비단치마 쓸리듯 오니 바람에 흩날리는 꽃이 예쁜 뺨에 부딪치는구나. 아깝다. 쓸어서 낙화를 담아 올지언정 밟지는 말아다오. 안민영은 혜란에게 일찍 눈도장을 찍어 놓았다. 멀리 꽃 사이로 오고 있는 두 사람 혜란과 소홍. 명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꽃을 노래했으니 어찌 달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으리오. 옛사람이 말했다. 만약 꽃과 달, 미인이 없다면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뭐..